비토레는 눈을 떴다. 아니, 의식을 차렸다가 더 명확한 표현일지도. 마지막을 더듬어보면 잠에 든 기억은 없었다. 마지막, 이라고 불러야 할 지점이 모호할 만큼 기억이 부정확한 것도 최근에만 벌써 세 번째였다. 그리고 이럴 영문모를 상황에 놓인 것도 그러했다. 비토레는 의식을 차리자마자 본인이 아주 어둡고, 좁은 곳에 누군가와 같이 있는 상황임을 알아차렸다. 자신과 상대가 있는 어딘지 모를 공간은 매우 좁아서 몸이 거의 딱 붙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밀착되어 있었고, 상대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는 비토레가 알 수 있는 것은 그 상대의 체격이 제법 크다는 것뿐이었다. 자신의 신체와 접촉한 면적이 아마도 자신보다도 클 것임을 짐작하게 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정보량으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그게 전부였다. 빛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무슨 용도일지 모를 손가락만 한 두께의 일정한 틈새(총 세 개였다.)로 들어오는 빛은 미미하여 이 비좁은 공간조차 전체를 밝히지 못했고, 간신히 시선을 내리면 제 몸도 겨우 보일 정도였다. 시각적으로 무언가 정보를 더 얻는 건 무리다. 상황 판단을 위한 짧은 탐색을 마친 비토레는 몸을 비틀었다. 반 쪽뿐이긴 하지만 온몸으로 미적지근한 상대의 체온을 느끼는 것은 그에게 생소하고도 긍정적이진 않은 감각이었기에, 조금이라도 거리를 떨어뜨려보려고 했으나 워낙에 좁은 공간이라 쉽지 않았다. 양옆으로 아주 약간의 공간이 있긴 했으나 조금만 비스듬하게 서면 바로 어깨가 닿을 만큼 좁았다. 비토레가 움직이자 상대는 잠시 몸을 떨었으나 그뿐이었다. 그가 무얼하는지 지켜보기라도 할 생각인지 별다른 행동은 없었다. 몸을 딱 붙인 지금 상태가 불편하지도 않은 건지, 아니면 움직일 수 없는 건지. 그렇게 생각을 이어가던 중,
" 비ㅡ토ㅡ레ㅡ씨. 드디어 일어났어요? "
목소리를 듣는 순간 비토레는 그 상대가 일부러 움직이지 않는 것이란 생각 쪽에 무게를 두었다. 또 이 사람인가. 머릿속을 스치는 쨍한 보랏빛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 이번엔 또 뭡니까? "
" 이번에도 다짜고짜 제 탓인가요?! 이것도 제가 한거 아닌데. 진짜 억울해서 살겠어요? 대체 언제쯤 절 의심하는 걸 그만둘거에요? "
당신이 평소에 행실을 바로 했으면 되는 일이다. 그렇게 쏘아붙이고 싶은 생각이 들었으나 그만두었다. 지나치게 몸이 밀착된 나머지 상대가 말할 때마다 몸의 진동이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것조차 불쾌해서 가능하면 말을 섞고 싶지 않았고, 그렇기에 그의 말은 무시하고 스스로에게 필요한 정보만을 물을 생각이었다. 비토레는 상대에게도 움직일만한 공간이 없는지 물어보는 대신 다시 한번 몸을 비틀어 팔을 굽혔다. 어려운 동작도 아닌데 공간이 워낙 좁다 보니 쉽지 않았다.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사이 상대에게서 "..이렇게 자꾸 자극하면 곤란해요, 비토레씨~?"같은 쓸데없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지만 무시하고 "저기, 또 무시인가요!?" 강행했다. 팔을 굽히는데 성공한 비토레는 벽으로 추정되는 것을 손으로 밀었다. 좁은 공간에서 팔이 약간 펴지며 자신의 몸이 뒤로 밀리는 만큼, 등 뒤의 상대도 함께 밀렸으나 여유 공간은 아주 미미한 듯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뒤의 사내가 힘으로 버틸 수 있을 리는 없을테니 정말 이 공간은 딱 두 사람이 겨우 들어갈만한 공간이라는 결론을 내린 비토레는 다시 팔을 내렸다. 이 공간의 크기를 알아내기 위해서지만, 타인ㅡ 그것도 이 사내와 여유 공간 하나 없이 완전히 밀착한 것은 제가 한 행동임에도 불쾌하기 그지없어서 비토레는 팔을 내리고 최대한 앞으로 몸을 붙였다. 워낙 좁은 공간이라 큰 의미는 없었지만 완전히 딱 붙이는 것보다는 나았다.
" .. 이제 다 끝났어요? "
" 예. "
" 이번에는 그래도 멀쩡히 끝났네요. 저번처럼 팔이라도 하나 부숴먹어야 끝나려나 했는데. "
" 그때처럼 공격하기에는 공간이 너무 협소해서 무리입니다. "
공간의 제약만 아니라면 이번에도 충분히 그러했으리라는 투였다. 비토레씨는 바보야. 차라리 자기를 그렇게 쳐주면 얼마나 좋을까, 맨날 감정도 못 느끼는 벽이나 때릴 생각만 하고. 루키는 불만스럽게 입을 비죽이다가 자세가 불편했는지 꿈틀거리는 비토레의 행동에 낮게 신음을 흘렸다. 그러니까, 이렇게 자꾸 자극하면 곤란하다고 아까부터 얘기했는데 제 말은 항상 들은 체도 안 하는 것이 억울했다. 이번엔 진짜로, 나름 비토레를 위한 말이었는데도.
" 여기가 어딘지.. 이번에도 당신도 모르는 겁니까? "
" … 네에ㅡ 뭐 어딘가의 캐비닛? 그런 거 같은데 어딘지 까진 모르겠네요. ”
틈새 사이로 보이는 풍경은 새하얀 벽으로 추정되는 것뿐이었다. 어쩌면 저번처럼 ..뭐 그런 방? 같은 걸지도 모른다고 루키는 가볍게 생각했다. 어차피 그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만약 사람이 많이 다니는 건물 안이라 해도 곤란한 것은 루키가 아니라 비토레일 뿐이었다. … 그러나 그것은 이 캐비닛을 나갔을 때의 이야기고, 지금 당장 곤란한 것은 루키였지만. 딱 붙어있는 상황 정도야 그래도 괜찮았는데, 비토레가 캐비닛 내부를 확인한다고 부산스럽게 움직인 것이 화근이었다. 비토레야 등을 돌리고 있으니 괜찮았겠지만, 루키는 처음부터 비토레를 보는 방향으로 서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키 차이는 얼마 나지 않았다. 그러니까, 공교롭게도… ….. 비토레가 움직이면 엉덩이가 루키의 그곳을 스치는 상황이었다는 이야기이다. 심지어 무얼 하기 위함이었는지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의 쪽으로 압력을 가하며 찰싹 붙어서 움직인 덕분에 더 강한 자극이 가해졌고, 결론적으로는….. 섰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앞선 두 사건이 없었다면 루키는 이 행위가 유혹은 아닌가 생각했을 것이나, 그러기에는 비토레가 그를 얼마나 싫어하고, 이런 에로스적 행위에 관심이 없는지 알고 있었다. 방금 자신이 신음을 흘리기도 했고, (일부러는 아니었지만) 미묘하게 선 성기가 비토레의 몸에 스치는 상황인데도 그쪽으론 전혀 생각도 안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 문득 드는 생각에 루키는 슬쩍 비토레의 몸에 자신의 것을 비벼보았으나 비토레는 별 반응이 없었다. 아마 본인처럼 자세를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 …아, 이 상황 정말 위험할지도? 이대로 한 발 빼도 모르는 건 아닌가 싶지만, 그 정도로 비비적거리면 어떤 수작질이라는 것 정도는 눈치챌 수도 있지 않나 싶었다. 그럼 짜증 내겠지, 그건 싫은데. … 아니 그래도 역시 이건 비토레씨도 책임이 있지 않나? 아까부터 움직이지 말라고 했는데 무시하고 계속해서 자극을 가한 건 그쪽이었으니까. 그러니 책임져달라고 해도…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하겠지? 이 바보 같은 감자는 그게 어떻게 자극이 되는지나 알면 다행인 것 같은데. 내 탓이나 하지 않으려나. 하지만 그렇게 문대면서 서지 않으면 그쪽이 기능에 문제 있는 거 아닌가? 루키는 기능에 전혀 문제없는 자신의 것을 바라보았다. 이걸 어쩐다… 이대로 가라앉기를 기다리기에는 이따금 감질나게 이어지는 자극이 문제였다. 사람이 완전히 똑같은 자세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리 없으니 이 좁은 공간 속에서 두 사람은 미묘하게 움직였고, 그때마다 애매하게 스치는 감각이 이미 자극을 맛본 루키의 것을 간질이는 탓에 스스로 수그러드는 길은 어려워 보였다. 그렇다고 스스로 해결하기에는.. 공간이 너무 좁았다. 물건을 꺼내는 것은 고사하고 옷 위로라도 만지기 위해서는 손을 비토레와 자신 사이의 비좁은 공간으로 끼워 넣어야 했는데, 그 상태로 움직였다간 비토레의 엉덩이도 같이 문지르게 될 것이 뻔했다. 그랬다간 또 무슨 수작이냐고 엄청 짜증 내겠지. 자신이 엉덩이나 쓰다듬는 변태처럼 보이나? 흥, 수작을 부릴 거면 훨씬 대담하게 부릴 텐데. 비토레씨는 정말 사람을 뭘로 보는 건지…
“ …. 으응..”
속으로 제 욕을 하는 거라도 알았는지, 다른 탐색 거리가 생각난 것인지 비교적 크게 움직인 비토레 탓에 다시 한번 루키의 입술 새로 끈적한 신음이 새어나갔다. 이쯤 되니 그도 거슬리기는 했는지, 익숙할 정도로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앞에서 들려왔다.
“ 아까부터 대체 왜 끙끙 앓는 겁니까? ”
“ …그런 게 있어요. 비토레 씨는 모르는 게 나을걸? 그런데 비토레 씨.. 계속 그렇게 움직일 거에요?”
“ 그럼 이대로 계속 있으면 누가 열어주기라도 한답니까? 열 방법을 찾아야 하니,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 으응… 역시 그렇구나. 그럼 비토레 씨, 내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 안 돼요? 나 아무 짓도 안 하고 착하게 있었잖아요. ”
아무 짓도 안 하는게 아니라 아무 것도 못 한것 아닌가, 비토레는 생각했다. 이렇게 협소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건 비토레나 루키나 마찬가지인 처지인데 무슨 궤변을. 미미하게 인상을 찌푸렸으나, 별거 아니라면 들어주는 게 덜 귀찮게 할 것이었고, 별거라면 무시하면 될 일이었다.
“ 들어보고 결정하겠습니다. “
“ 빈말이라도 바로 그렇다고 해주면 안 돼요? 뭐어, 그게 비토레씨 답지만… “
“ 저는 빈말은 안합니다.”
“ 네에, 네에. 그러시겠죠.”
“ 자꾸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본론이나 얘기하시지요. ”
“ … 네에ㅡ 그러니까. ”
운을 뗀 루키는 고민했다. 어디까지 들어줄까? 비토레 씨 손으로 한 발 빼게 해주세요… 같은 건 역시 안 들어주겠지? 내가 비토레씨의 엉덩이를 손으로 좀 비비적거릴 수 있는데 무시해 주세요? 이것도 들어줄 리가 없었다. 그리고 이 상황을 알리는 것도 좋지만… 모르는 채인 것도 나름, 꼴리지 않나? 결정을 내린 루키는 입술을 핥고는 말을 이었다.
“ … 좀 부산스럽게 움직일 수도 있는데 신경 쓰지 마세요?”
“ … ….. “
이어지는 침묵에서 루키는 비토레가 짜증 내고 있음을 읽어냈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수없이 보아온 표정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졌다. 그런 상대로 지금부터 할 짓을 생각하니 루키의 것이 조금 더 고개를 치켜드는 것 같았다. 슬슬 팽팽해진 바지에 짓눌리는 감각까지 추가적인 자극으로 느껴져 조급해진 루키는 비토레의 침묵을 긍정으로 해석하기로 했다.
“ … 거절은 안 했으니까 허락한 걸로 알게요?”
원래 이런 걸 참는 성격이 아니다 보니, 인내심의 한계가 간당간당할 지경이었기에 루키는 그의 대답을 듣기 전에 허리를 움직였다. 옷 너머로 굴곡진 비토레의 둔덕이 느껴지는 감촉이 정말로, 야했다. 그의 엉덩이에 자신의 것을 부비고 있는 상황에서도 뭘 하는지 전혀 감을 못 잡고 있는 상황도. 조금 더 큰 자극을 위해 비토레 쪽으로 몸을 바짝 붙인 루키가 묵직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바지라도 벗으면 조금 더 적나라하게 느낄 수 있을 점이 아쉽긴 했지만, 거기에 눌리는 것도 자극이 되기도 하고…. 아무리 비토레라도 부스럭거리며 바지를 벗으면 알아채겠지. ..그 정도 눈치는 있겠지? 지금도 이 상황을 이해 못하고 대체 뭘 하길래 그렇게 치대는 거냐고 짜증만 내고 있긴 하지만…
“ …. 어쩌면 여기를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 “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었다. 비토레가 못한 것을 보면 둘의 근력으로 문을 열 수 있는 구조는 아닌 것 같았고, 인과관계를 알 수 없이 냅다 이 안에 갇힌 것이 예전의 비슷한 사건들과 같은 흐름이라면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열리는 것일 텐데 이번에는 전혀 힌트가 없으니까, 어쩌면 이게 조건일 수도 있지 않나? 물론 형편 좋은 해석이고, 궤변이라는 것을 알지만 원래 이런 말장난이 루키의 특기였다. 비토레는 그 대답의 진의를 파악하는 것인지, 아니면 가능성을 믿어보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곧바로 루키의 행동에 대해 더 따져 물을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하아…..” 신음인지 한숨인지 모를 것을 흘린 루키는 속으로 한 번 더 중얼거렸다. 정말 바보 감자라니까. 자기 몸에 뭘 비비고 있는지도 모르고. 저번에 자기랑 같이 에로 동인지도 낭독했으면서, 이 정도로 커졌는데도 전혀 감도 안 오나? … 자신의 것이 작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좀 자존심 상할 정도였다. 지금도 자기가 비비적거리는 게 기분 나쁘다고만 생각하며 잔뜩 찌푸리고 있을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이렇게 처참한 눈치라면 조금 더 과감하게 해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한 루키는 비토레의 몸에 힘주어 자신의 것을 비볐다. 아까부터 이어진 미미한 자극이 아닌 더 확실한 자극에 가렵던 곳을 긁은 것처럼 절로 만족스러운 표정이 지어졌다.
“ … 아직 멀었습니까? ”
“ 으응…. 조금 더 하면 될 것 같아요. 생각보다는.. 쉽지 않네.”
묘하게 습기를 머금은 목소리와 열띤 숨소리에 비토레는 그의 몸 상태가 안 좋아졌나 의심했으나, 그렇다 해도 지금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없기에 그저 눈을 감고 루키가 하는 이 뭔지 모를 행위가 빨리 끝나길 기다렸다. 뭐든 해봐야 하는 것은 맞지만, 대체 뭘 하고 있길래 이렇게 부산스럽게 움직인단 말인가? 뒤쪽 벽에 뭐라도 있는 건가, 자신 쪽의 벽에는 별것 없던 것 같은데. 어쩌면 루키 쪽에만 무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나 하고는 혹시 천장에는 무언가 있지 않을까 싶어 비토레도 다시 한번 몸을 비틀어 힘겹게 손을 위로 빼낸 뒤 무언가 있는지 더듬거렸다.
비토레가 손을 들어 올리자 잠시 그가 무얼 하는지 살피던 루키는 천장을 더듬거리는 것을 보고는 웃음이 터져 나올 뻔 한 것을 삼켰다. 지금 자기가 하는 것을 정말로 탐색의 일환이라고 생각한 건가? 비토레니까 그럴지도 모른다. 아니, 그러니까 지금 루키의 행동을 저지하지 않는 것이겠지. 사람이 이렇게까지 무지하고 눈치가 없을 수 있는 걸까? 무지해서 눈치가 없는 건가. 그 무지함에 말문이 막힌 것도 여럿이고, 답답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좋은가 싶었다. 그러니까 누가 그렇게 눈치 없으랬나? 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생각이나 하며 루키는 그 눈치 없는 상대의 몸에 자신의 것을 착실하게 문질렀다. 부드러운 살결도, 매끄럽고 축축한 살덩이도, 실전과 훈련으로 거칠어진 손도 아닌 섬유에 예민한 곳이 문질러지는 것은.. 솔직히 처음은 아니었지만, 상대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는 상황의 특수성이 루키를 더 흥분하게 만들었다. 원래 몰래 하는 나쁜 짓이 제일 짜릿한 것 아닌가? 들킬까 봐 조마조마한 것도ㅡ 물론 그는 들켜도 그것 나름 재미있겠다 생각하지만, 그 특유의 분위기가 흥분되는 것도 사실이니까. ㅡ거기다가 상대가 자기랑은 죽어도 안 해줄 것 같은, 그래도 꼬시고 말겠다고 생각하던 비토레니까 더더욱.
두 사람 다 착의 상태였지만 계속 몸을 붙이고 있던 탓에 빠져나가지 못한 온기가 고여 상대의 온기가 온전히 느껴졌고, 일부러 지속적인 마찰을 가한 부위는 유독 더 뜨겁게 느껴지며 그 또한 자극의 일부로 더해졌다. 아, 이제 정말 슬슬 쌀 것 같은데. 루키는 이미 쿠퍼 액으로 축축해진 제 속(?)사정을 떠올렸다. …지금도 조금 위험한가? 싶긴 하지만 역시 사정하면 명확하게 티가 나지 않으려나? 그래도 이미 그런 걸 생각하기엔 늦었다. 여차하면 더워서 땀나서 축축해진 거라고 하면 믿지 않을까, 비토레씨는 바보 멍청이니까 …
욕망을 해소하던 행위에 심취하던 루키는 비토레의 굴곡을 타고 내려가며 문지르던 자신의 것이 그의 다리 사이에 자리 잡았을 때, 반사적으로 한 번 더 입술을 핥았다. 여기에 끼우고 하면 훨씬 기분 좋을 텐데 … 아니, 적어도 손이라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부드러운 손은 그것도 나름 좋지만, 크고 거칠거칠한 손으로 귀찮다는 듯 무심하게, 힘 조절도 제대로 안 하고 쓸어줄 것이다. 그조차 예민한 부위에는 굉장한 자극이 되겠지…. 그의 손은 아니지만, 그 비슷한 손의 감촉 정도는 알고 있으니까 상상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알고 있는 쾌락에 더 목이 타면서도, 그 망상 대상의 몸에 제 것을 부비며 욕구를 해소하고 있는 상황이… 몹시 꼴려서, 결국 루키는 파정했다. 끈적하고 미지근한 것이 옷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제 것을 감싸는 감각이 짐짐하게 느껴지고, 사정 후의 느른함이 전신을 감쌌다.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루키는 몸을 뒤로 기댔다. 여유 공간이 거의 없는 캐비닛은 조금만 몸을 뒤로 젖혀도 루키의 몸을 받쳐주었다. 그 상태로 좁은 공간에 비비적 거리느라 흐트러진, 본래는 정갈하게 묶여있었을 비토레의 머리카락이 흐트러진 모양새를 잠시 구경하다 보니 깜빡, 어라, 어쩐지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오는 것 같았다. 겨우 한 발 뺐을 뿐인데? 조금 전까지 피곤한 느낌은 없었는데,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무섭게 시야가 암전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익숙한 하얀 방이었다. 바지는 여전히 축축했다. 이거 설마… 몽정? 같은 건 아니겠지. 침대에서 일어난 루키는 자신의 시야가 온전치 않음을 깨닫자 오히려 가슴이 두근거렸고, 자신의 눈 색을 보고는 그것이 꿈이 아닐 것임을 확신했다. 그야, 행운 2개가 겨우 꿈이라는 건 말이 안 되니까?
이번에도 그 일은 실존했던 일이다. 자신도 그것이 꿈은 아닐까 생각한 시점에서 비토레는 기분 나쁜 꿈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것이 꿈이 아님을 알릴지, 어떻게 그를 놀리는 데 써먹을지는 온전히ㅡ
루키의 손에 달려있었다.